"집에 있는 시간 늘면서 주변과 일상 돌아보는 계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무엇을 남기고 버릴 것인가는 누구에게나 평생의 숙제다. 양손 가득 잡다한 짐을 들고 있으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비움'은 중요하다.
최근 tvN이 연이어 선보인 예능 '신박한 정리'와 '바퀴 달린 집'은 두 편 모두 비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박한 정리'는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는 배우 신애라와 개그우먼 박나래, 배우 윤균상이 집 정리를 의뢰한 스타들의 집을 찾아 정리해주는 콘셉트다.
가장 화제가 된 의뢰인은 가수 겸 배우 양동근이었다. 부부와 아이 셋, 강아지 두 마리가 함께 사는 집에서 양동근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하지만 비움을 원칙으로 집을 정리하자 그를 위한 아지트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이 공간에는 사진과 트로피, 소품 등 아티스트로서 양동근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담겼고, 주인공은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빛이 들어온 것 같다. 죽어 있는 공간에 생명이 들어온 느낌"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흔히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만을 정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박한 정리'는 진정한 정리는 비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상기한다. 물건에는 저마다 사연이 깃들어 있고, 그러한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인생을 돌아보며 추억의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것과도 같다. '신박한 정리'에 출연한 의뢰인들이 그랬다.
'바퀴 달린 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을 맘껏 할 수 없는 시청자를 위해 트레일러 하우스를 선보였다.
화려한 집들이도 좋지만, 자연을 배경 삼아 과감히 비워내고 축소한 집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풍경이 바뀔 때마다 액자가 바뀌듯 새로운 집 같아서 집주인도 초대받은 손님도 시청자도 즐겁다. 음식도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게스트가 가져온 것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나눈다.
캠핑카의 핵심 역시 비움이다. 물론 요즘 '억' 소리 나는 캠핑카는 호텔 부럽지 않다지만, 현실적으로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비워내 유랑에만 집중한다면 더 오롯이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동행자들과의 대화도 풍성해질 수 있다.
tvN도 비움의 미학과 소박한 일상이 두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신박한 정리'는 3%대(닐슨코리아 유료가구), '바퀴 달린 집'은 5%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는 동시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tvN 관계자는 1일 "'신박한 정리'는 최근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집'이라는 공간에 더욱 관심을 많이 갖게 된 영향으로 화제가 되는 것 같다. 마음먹고 집을 비우고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 그런 생각을 갖고만 있었던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움직이는 집에 초대해 마치 소박한 집들이를 하는 것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콘셉트가 일상과 주변의 소중함을 상기해준다"며 "특별한 이벤트나 화려한 스폿 투어는 아니지만 '비움'과 '소박한 초대'를 통해 일상과 인연의 되새기게 한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8/01 08:00 송고
July 29, 2020 at 08:3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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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정리'와 '바퀴 달린 집', 비움을 말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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