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춘삼월에 말 잘하는 앵무새는 되지 않겠노라.”
1941년 조계종 초대 종정에 오른 한암(漢巖, 1876~1951) 선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어두웠던 시기 엄정한 수행가풍을 확립하고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수도자로 평가된다. 1923년 한암이 서울 봉은사 조실 자리를 박차고 오대산 상원사로 들어가며 남긴 이 말에서 그의 강직함과 추상같은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조계종의 기틀을 마련한 한암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추계특별학술대회 ‘한암 중원, 조계종 근본을 확립하다’가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불교학회는 △한암의 조계종 종조관 △조계종 창종과 한암의 역할 △조계종의 명칭 대두와 대한불교조계종의 계승 △지눌과 경허의 영향과 한암선의 특징 △한암을 통해 본 간화와 반조의 병진 구조 △삼본사수련소의 시행과 운영 방식 등을 집중 조명한다.
네 차례나 종정을 역임했으나 한암은 생전 권력과 명예를 티끌처럼 여기고 오로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았다. 한국불교사에서 조계종이 지금과 같은 위상과 지위를 얻게 된 데에도 그의 공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학술대회에 앞서 첫 한암학술상 시상식도 열린다. 근현대 한국불교의 큰 스승인 한암과 탄허(呑虛, 1913~1983)의 학덕을 기리고 가르침을 계승하기 위해 2018년 12월 제정한 ‘한암·탄허학술상’은 홀수 해에는 탄허학술상을, 짝수 해에는 한암학술상을 시상한다. 지난해 탄허학술상은 동국대 경주캠퍼스 초빙교수인 문광스님이 받았다. 시상식에는 조계종 교육원장과 조계종 4교구 교구장, 동국대학교 동국역경원장, 한국불교학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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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3, 2020 at 06:2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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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조계종 '초대 종정' 한암 중원을 말하다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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