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좌 중의 수좌’ ‘한국의 대표 선승’으로 불린 적명 스님(1939~2019)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선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담은 책 <적명을 말하다>가 최근 출간됐다. 사유수 제공.
“스님은 한국의 대표 선승이셨습니다. 행(行)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후학 지도에도 힘을 다한 진정한 선지식입니다. 어떤 자리에서도 수좌들의 리더가 되어 주었던 스님 같은 분이 앞으로 다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은 “스님의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강골 기질에 직선적인 성격입니다. 정면돌파형이죠. 이런 추진력 있는 성격이 오늘날의 봉암사를 만들었고, 원로선원까지 개원했습니다. 세계명상마을 불사까지 챙겼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스님은 참선수행을 잘 하려고 애쓴 전형적인 수좌입니다.” 축서사 문수선원 선원장 무여 스님은 “스님이 참 섭섭하게 가벼렸습니다”고 안타까워한다.
원각·무여 스님을 비롯해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기리는 그 ‘스님’은 누구일까?
바로 적명 스님(1939~2019)이다. 출가 이후 60년을 언제, 어디에 있든 늘 수좌로 살고자 했고 또 그렇게 살았던 ‘영원한 수좌’, 지난 해 12월 24일 입적한 문경 희양산 봉암사의 수좌 적명 스님이다.
적명 스님의 1주기를 앞두고 적명 스님의 삶과 수행을 기리는 책 <적명을 말하다>(사유수출판사)가 최근 출간됐다.
적명 스님이 조실 추대를 결국 고사하고 수좌로 수행한 문경 희양산 봉암사의 겨울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선사들이 들려주는 수좌 적명의 삶’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불교전문 작가인 유철주씨가 적명 스님과 인연 깊은 16명 스님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스님들은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명 스님의 삶, 수행과 관련된 다양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저자는 스님들과 더불어 적명 스님의 속가 동생인 김동호 거사도 만나 ‘스승님이자 아버지 같은 적명 스님’의 출가 이전의 행적 등을 소개한다.
석종사 금봉선원 선원장 혜국 스님은 책에서 “우리 시대에 스님 같이 고집스럽게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신 분이 계셨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역대 조사스님들 가풍이 스님과 같은 분들 덕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혜국 스님은 “훗날 사람들은 현대 한국불교에 적명 스님이 있었기에 행복한 불자였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영진 스님은 적명 스님을 봉암사 조실로 모시려던 과정을 소개하기도 한다. “제가 죽비를 잡았던 철이었습니다. 해제 전날 자자(自恣)를 마치고 대중들과의 교감 끝에 (적명)스님을 큰방에 모시고 말씀을 올렸습니다. ‘대중의 이름으로 스님을 조실로 추대하겠습니다’. 말씀을 듣던 적명 스님은 물러서지 않으셨어요. (…) 결국 스님을 조실로 모시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0년 경향신문과 인터뷰할 당시의 적명 스님.
책에는 이들 스님 외에 조계종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대원스님, 남원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전국선원수좌회 상임대표 의정 스님,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 스님, 해인총림 유나 원타 스님, 서울 전등사 전등선원 선원장 동명 스님, 서울 보문사 주지 지범 스님, 전 망월사 천중선원장 허담 스님, 서울 참불선원 선원장 각산 스님, 안양 선우정사 주지 선타 스님, 영천 은해사 백홍암선원장 영운 스님이 적명 스님을 기린다.
스님들은 적명 스님의 수좌로서의 삶과 성정, 수행은 물론 개인적인 갖가지 인연과 일화도 소개해 읽는 이의 관심을 끈다. 저자는 “적명 스님은 2009년 대중들의 조실 추대를 고사하고 봉암사 수좌로 들어가 후배들과 같이 정진하고 함께 울력하고 공양하며 철저하게 대중생활을 해 많은 수좌들이 존경하고 따랐다”며 “이 책을 통해 적명 스님의 생애를 돌아보고 나아가 우리 자신의 삶도 들여다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October 26, 2020 at 09:4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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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이 전하는 적명스님 이야기, 출간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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