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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4, 2020

`초격차 신화` 권오현…리더의 자격을 말하다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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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도체 신화의 주역,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2018년작 `초격차`는 판매부수 20만부라는 성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전류가 흐르는 책으로 기억된다. 연구원 신분으로 1985년 삼성에 입사해 7년 뒤 세계 최초 64MD램을 개발하며 미래 삼성의 밑그림을 그린 주역. 마침내 2017년 인텔까지 따돌리며 초일류 삼성을 만든 권오현 고문은 이 책에서 평생 신념으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격(格·level)`을 언급하고 있었고, 이는 한국 무수한 리더들의 필독서였다. `초격차` 이후 2년 만에 권 고문 신작이 출간됐다. 다음 화두는 `리더`다. 권 고문은 묻는다. `누가, 초격차를 이끄는가?`

서문의 시계추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의 시대정신은 창업이었다. 그러나 새 아이디어가 아니라 선진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모방하는 `패스트 폴로어` 양태였다. 이때 경영자는 전문관리인이어야 했다. 창업자든 후계자든, 틀리지 않고 사고만 치지 않으면 성공한 경영인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같은 방식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몰이해다. 잘 베끼는 것도 실력이던 근대화의 그늘은 사라졌다. 이제 `카피`할 물건은 없다. 이제 경영자로서의 리더는 관리능력 그 이상을 지향하라고 권 고문은 힘주어 말한다. 질문은 여기서 갈린다. `최악의 리더의 실책은 무엇인가. 또 위대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인가.` 평생에 걸친 경영 철학을 권 고문은 펼친다.


회사의 모든 걸 알려고 하는 이들은, 전문경영자가 아니라 전문관리인일 뿐이다. 그들은 `마이크로 매니저` 혹은 `나노 매니저`로 불려야 마땅하다. "우리 회사 사장은 사장이 아니라 대리급"이라거나 "숲은커녕 나무도 못 보고 나뭇잎만 보는 사장"이란 회식자리 농담은 관리인으로 전락한 리더의 실책을 은유한다. 경영자는 달라야 한다.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리더의 조건이다. 전자 계열 사장이 금융 계열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러한 권한 위임과 미래 설계에서 나온다.

좋은 결과만 보고하고 실적을 과시하려 상습적으로 부하를 압박하며 조작을 유도하는 리더는 최악이다. 아첨과 아부에 찌들어 `패거리` 문화를 만들고, 해결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희생양을 물색해 자신의 안위를 도모한다. 무능한 리더일수록 심지어 일도 많이 한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모두 무능한 것은 아니지만, 무능한 리더는 일반적으로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니 직원까지 `번아웃`이 온다고 권 고문은 지적한다.

위기를 감각하고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위대한 리더를 잉태한다. 위기 상황에선 `삼간(三間)의 변화`를 기억해야 한다. 분위기 반전이 요구되면 시간, 공간, 인간 중 하나라도 바꾸라는 뜻이다. 삼성의 `7·4제(7시 출근 후 4시 퇴근)`는 당시 시간적 변화의 충격파였고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 패턴을 벽면에 채색했던 일화도 조직 변화의 일환이었다고 권 고문은 회고한다.

리더는 인물을 알아보며 자신도 성장한다. 능력(capability)과 그릇(capacity)은 엄연히 다르다. 인재는 지식으로서의 능력보다 지혜로서의 그릇이 커야 한다. 출중한 항우가 별 볼일 없던 유방에게 천하를 내어준 것도 결국 그릇의 차이였다고 권 고문은 쓴다. 능력은 생존의 문제이나 성장은 그릇에서 온다.

동류의 사람들이 모이면 에너지는 낼 수 있어도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토론하고 논쟁해야 시너지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조직은 동종(同種)을 뜻하는 호모지니어스(homogeneous)형이 아닌 수많은 국가, 인종, 세대, 다시 말해 이종(異種)의 결집체인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여야 한다고 권 고문은 강조한다. 헤테로지니어스 조직을 경쟁자보다 절대 우위에 놓아야 한다. 무슨 아이디어를 갖고 결과물을 창조하는지, 무엇을 하려는지조차 상대가 알 수 없을 때 조직은 성공한다.

창조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뉴노멀 시대, 권오현 고문은 "창조라는 공(功)은 실패라는 과(過)와 함께 간다. 공과 과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라고 결론짓고는 참된 리더가 기업 개혁의 선봉장이 되라고 주문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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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4, 2020 at 02:5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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